의사 집단이기주의는 부끄러운 일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매년 2천명씩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의료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파업찬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부의견을 모은 뒤 설 연휴 직후 총파업에 돌입도 불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사 단체의 집단 반발은 명분이 약하다. 의사 부족으로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가 위기를 겪고 있을 정도로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은 임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한의사를 포함한 우리나라 임상 의사수는 인구 1천명당 2.6명으로 멕시코(2.5명) 다음으로 꼴찌다. OECD 평균이 3.7명이니 약 30% 정도 평균치를 밑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9.3%가 정원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사나 간호사 수 부족은 의료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가혹한 근로여건에 놓여 있다. 반면 지역에선 산부인과가 부족해 구급차에서 신생아를 낳는 경우가 허다하고, 소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는 전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충북의 한 군(郡)단위 지자체는 올해 7월 보건의료원 개원을 앞두고 의사를 모시기 위해 3억 이상의 연봉과 아파트, 별장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제시할 정도로 지역에서 의사를 채용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정부는 2035년 전국에서 의사가 1만5천명 부족하다고 보고 내년도 입시부터 2029년도 입시까지 의대 입학정원을 매년 2천명씩 늘려 1만명을 증원하겠다고 6일 발표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인데, 그동안 막혔던 혈을 뚫는 차원으로, 이해할 만하다.
 

의대정원은 2006년 입시 이후 만 19년 동안 3058명에 꼼짝없이 묶여있었다. 의료계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앞서도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으나 의사와 전공의들이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면서 의대증원은 백지화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공의 파업 참가율이 80%에 이르렀고, 생명과 직결된 외과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분야도 집단 휴업에 참가했다. 생명을 담보로 의료공백을 무기화했다는 비판이 일었으나 정부는 꺾였다.
 
의사단체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대승적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정부는 2020년 실패를 교훈삼아 이번엔 단호하게 추진해주길 당부한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집단 휴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지난해 말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사는 범죄의 유형에 상관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도록 했다. 
 

공권력 때문이 아니라 병원을 못찾아서, 전공의를 못찾아서 거리를 헤매다 숨지는 생명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했으며 한다. 대한민국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만큼 대화로 풀면 된다. 앞으로 과제는 의대증원이 과연 지역쏠림과 일부의료분야의 쏠림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지에 모아질 것이다. 정부는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보다 적절한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통해 분야별 수급을 조절하는 정책기능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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