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성적 어때?” 명절 때 툭 던진 한마디에 아이는 우울해져요|동아일보


김재원 서울대 어린이병원 교수

김재원 서울대 어린이병원 교수

설 명절을 앞둔 중고교생 중 상당수는 모처럼의 연휴가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성적과 진학 등에 관심이 많은 친척 어른들 때문이다. “공부는 열심히 하지?”, “성적은 잘 나오니?” 등 눈치 없는 질문에 기분이 상하고, 사촌 등과의 비교에 우울감을 느낀다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잠시 우울감을 느끼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2주 이상 우울하거나 짜증나는 기분을 하루의 대부분 혹은 거의 매일 경험하면서, 평소 좋아하는 활동이나 취미에 흥미가 없어지고 의욕이 떨어지면 병원에 가봐야 하는 우울증일 수 있다. 특히 식욕 저하, 불면증, 죄책감, 집중력 저하, 죽음이나 극단적 선택에 대한 반복적 생각 등이 동반된다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는 아이의 우울감이 우울증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운동을 포함한 건강한 일상(루틴)이 자리 잡게 도와야 한다. 우울할 때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비합리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우울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생각과 감정, 행동은 서로 연결돼 영향을 주는데, 이 중 행동을 바꾸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활동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은 운동인데, 운동의 항우울 효과는 연구로도 많이 입증돼 있다. 운동은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뇌유래신경영양인자 같은 장기 기억에 필요한 물질 분비를 촉진시켜 기억력 증진 및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또 설 연휴는 그동안 흐트러진 생활 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다. 아이가 자신만의 운동 루틴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규칙적 식사와 수면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는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과도한 사용을 제한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소셜미디어 사용에 따라 우울 증상이 심화되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 피해와 함께 자해와 극단적 선택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많다. 이런 연구 결과에 근거해 외국에선 SNS 연령 제한을 포함한 온라인 아동 보호법이 논의되고 있다. 설 연휴만이라도 아이가 SNS에서 벗어나 오롯이 숨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갖도록 부모가 도와준다면 우울증 예방 및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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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서울대 어린이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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