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음악 ‘하늘 가까이’가 그리워질 때[2030세상/박찬용]|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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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고된 해외 출장 귀국 길엔 멀리서 대한항공 연파란색 기체만 보여도 안심하곤 했다. ‘저거 타면 집에 간다’를 실감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유독 짐이 무겁던 출장, 이코노미 클래스 복도를 지나 정신없이 짐을 넣고 자리에 앉던 중 기내 스피커에서 나오던 이름 모를 경음악이 그날따라 좋았다. 착륙 후 실례를 무릅쓰고 승무원께 노래 이름을 물었다. ‘하늘 가까이’라고 했다.

‘하늘 가까이’는 2009년 1월 출시된 대한항공 이미지 송이다. 신승훈이 작곡하고 노래까지 했으나 기내에서는 노래가 없는 연주곡 버전을 틀어주었다. 이 노래는 평범함과 보편성이 수준 높게 구현돼 멋지다.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튀려 하지 않는다. ‘좋은 여행용 경음악’ 이상의 욕심이 없다. 항공 여행과 어울리는 고양감, 동시에 내 여행에 끼어들지 않는 단정함. 이 노래를 안 뒤에도 출장이 많았고, 기내에서 ‘하늘 가까이’를 들으며 안도하곤 했다. 이 노래가 익숙해지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 가까이’가 사라졌다. 2019년 11월부터 SM과 계약해 자사 유닛 ‘슈퍼M’이 부른 ‘레츠 고 에브리웨어’를 출시하고 그에 맞춰 기내 안내 동영상도 새로 찍었다. 그 노래도 멋졌다. 워낙 최신 K팝 느낌이라, 노래를 듣다 보면 구형 여객기 좌석에서 물 한 잔만 홀짝거려도 첨단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것 같았다. ‘하늘 가까이’가 그리웠지만 세상의 변화 앞에서 개인은 늘 힘이 없다. ‘레츠 고 에브리웨어’의 기백에 익숙해지던 중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쳤다.

일본 ANA는 대한항공과 반대로 수십 년째 쓰는 탑승곡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하카세 다로의 ‘어나더 스카이’. 이 역시 ‘하늘 가까이’처럼 완성도 높은 심심함이 있다. 적당히 고조되는 흐름, 심상을 자극하는 선율, 너무 세련되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절묘한 대중성. 탑승곡의 스탠더드라 할 만한 완성도다. 그 덕인지 코로나 기간 동안 이 노래의 동영상 링크에는 ‘비행이 그립다’ ‘여행의 추억이 생각난다’는 일본어 댓글이 많았다. ANA는 코로나 기간 동안 텅 빈 공항에서 하카세와 사내 오케스트라가 거리 두기를 한 채 ‘어나더 스카이’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내게 이 사례는 그 자체로 한일 양국 차이의 상징이다. 원칙이다 싶으면 변함없이 유지하고 개선시키는 일본, 여러 상황에 맞춰 모든 걸 바꾸는 한국. 대한항공은 그새 슈퍼M과도 이별하고 2024년부터는 인공지능(AI) 승무원이 등장하는 안전 수칙 방송을 시작했다. ANA는 새로 녹음한 ‘어나더 스카이’를 틀어준다. 내겐 둘 다 매력적이다. 세상이 둘 중 하나로 쏠린다면 오히려 그게 곤란하다. 역동성과 항상성 사이 어딘가의 절묘한 접점이 양국의 지향점일지도 모른다.

다만 감정적으로 난 아직 기내에서 듣는 ‘하늘 가까이’가 그립다. 공항 가는 길에 그 노래를 찾아 들을 때도 많다. 작사가 심현보의 가사도 예쁘다. ‘자 이제 날아올라, 저기 하늘 가까이. 꿈은 날개가 되고 다시 바람이 되지.’ 이렇게 담담하고 완성도 높은 수사는 요즘 오히려 더 보기 힘들다. 1년에 한두 번이라도 ‘하늘 가까이 탑승곡 재생 특별편’ 같은 걸 만들어 준다면 나는 기꺼이 탈 의향이 있다.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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