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삼성 합병, 부정수단-위계 사용했다고 볼수 없어”|동아일보


[‘이재용 무죄’ 1심 판결문]

‘이재용 무죄’ 1심 판결문

“사업 목적 합병” 檢 불법 주장 일축

檢, 법리-증거 불인정에도 항소

법원이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면서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속임수)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8일 나타났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합병이었다는 검찰 논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위법 증거 목록에 판결문 152쪽을 할애하며 위법적 증거 수집도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8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A4용지 1614쪽 분량의 이 회장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해 합병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이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기교를 사용하거나 합병 거래를 목적으로 위계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사업적 목적 또한 합병의 목적”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나선 점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 직전 추가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도 “추상적 가능성으로는 손해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부당 합병으로 주주들이 이익을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잃었다는 입장이지만, 재판부는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압수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 등에 대해선 “적법한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아 영장주의 원칙을 침해했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 거래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 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이에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은 또다시 2심 재판정에 서게 됐다.

법원 “삼성, 합병위해 대통령 개입 유도했다는 檢주장 인정 안돼”

재판부, 이재용 판결서 檢주장 배척
“주주 희생 합병으로 볼 수 없어
시세조종 등 단정하기 어려워”
檢 “법원과 견해차 크다” 항소

검찰이 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의 전면 무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항소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동아일보가 확인한 이 회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판단과 법리 판단에 있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선고 사흘 만에 항소를 제기했다.

● 法, ‘국정농단’과 합병 청탁은 관련 없어

법원은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의 단독 면담은 순서상 합병 주주총회 이후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해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합병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고, 합병 거래를 목적으로 위계(속임수)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른바 ‘국정농단’ 재판 확정 판결에서 “이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그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은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의 의사를 배제하거나 의사에 반해 승계 작업 내지는 합병을 추진했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혐의(업무상 배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은 검찰이 이 회장을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당시 다루지 않고 기소할 때 추가되면서 ‘기습 기소’라는 비판이 일었던 부분이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이 정해진 이 사건 합병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추상적 가능성만으로는 손해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승계만을 위한 합병도 미전실만 나선 것도 아냐”

이번 사건 공소 사실의 시작은 이 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전실과 공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다는 것이다. 당시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던 이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2012년 12월 ‘프로젝트 G’ 문건 등 삼성 내부 문건들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프로젝트 G 문건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일 뿐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물산 주주를 희생시키는 약탈적 불법 합병 계획을 담고 있는 승계 계획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개별 회사의 사업상 필요성이나 시너지 등에 대한 검토는 사정을 잘 아는 소속 경영진 및 임직원들이 한 것으로 보이고 미전실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필요성을 주로 검토했다”고 판시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 작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미전실만 나선 것도 아니었다는 취지다.

법원은 ‘M사 합병추진안’에 쓰인 ‘주가관리’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해당 표현은 시장에서 종종 쓰이는 표현으로 시세조종, 주가조작을 계획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항소하자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10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심리가 진행된 만큼 항소심에서는 공판준비기일부터 주요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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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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