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 민간항로 일방 조정해 겁박” 본토 단체관광 재개 철회|동아일보


中, 대만해협 중간선 인근에 새 항로

대만, 라이칭더 당선 따른 위협 간주

‘3월 재개’ 밝혔던 관광 취소로 맞서

中 “관광을 정치 조롱에 이용” 반발… 대만 관광업계 “손실 커” 시위 예고

대만이 3월부터 자국민의 중국행 단체관광을 전면 재개하려던 방침을 돌연 철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단체관광이 상호 중단된 뒤 대만이 중국을 향한 화해 제스처로 먼저 풀려 했던 사안이다. 대만 정부는 7일 “중국이 대만해협 상공을 지나는 민간항로를 일방적으로 조정하는 악의적 조치를 취해 안보 위협을 불러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이 중국 관광을 정치적 조롱에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서 양안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 ‘3월 재개’ 20여 일 앞두고 돌연 철회

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교통부는 이날 “3월 1일부터 중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한다”며 “여행업체는 더 이상의 관광객 모집 행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다만 여행사들이 단체관광 재개를 염두에 두고 예약을 받은 3∼5월 단체여행은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6월부터 중국행 단체관광은 다시 멈춰 선다.

중국과 대만의 상호 단체관광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인 논란거리였다. 시작은 중국이었다. 2019년 8월 양안 관계를 이유로 중국인의 대만 여행을 금지하고 나섰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양국이 모두 금지시켰다.

중국은 지난해 8월 한국, 미국, 일본 등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도 대만은 제외했다. 그런데도 대만 교통부는 지난해 11월 “2024년 3월부터 중국 단체관광을 재개하겠다”고 선제적으로 밝혔다. 1월 총통 선거가 끝난 직후 왕궈차이(王國材) 대만 교통부장(장관)은 “3월 1일부터 회복될 것”이라며 재개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교통부가 이날 방침을 철회하며 없던 일이 돼버렸다. 대만 관광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6월 이후 여름 성수기 여행 일정을 취소하면 손실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왕 부장은 “중요한 상황인 만큼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 “민간항로 일방 조정” vs “관광을 정치화”

대만 정부가 갑작스레 단체관광 재개 방침을 철회한 건 2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대만의 화해 제스처에도 중국이 여전히 대만행 단체관광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가 더 직접적이다. 중국이 최근 대만해협 민간항로(M503)를 일방적으로 조정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M503 항로는 양안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한 대만해협 중간선에서 불과 7.8km 떨어져 있다. 2015년 중국이 해당 항로의 개통을 선언했을 때도, 대만은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양측은 M503 항로보다 중국 쪽으로 6해리(약 11km) 치우친 항로로 운항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 민항국은 지난달 30일 “이달 1일부터 M503 항로의 절충 조치를 취소한다”며 “M503 항로는 물론 동서로 연결되는 W122, W123 항로도 사용하겠다”고 갑작스레 발표했다. 새 항로 개설을 놓고 중국과 대만 민항기 간 충돌 우려와 함께 대만 침공용 군용기 루트로 사용될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대만은 “지난달 13일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현 부총통이 당선되자 중국이 대만을 겁박하고 나섰다”며 일방적인 합의 취소에 분개했다.

중국은 대만의 단체관광 재개 철회에 반발했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지난해 재개 계획을 발표한 건 정치적 속임수였다”며 “양안 동포들의 교류를 저해하고 복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중 성향인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은 총통 선거에서 진 뒤 뒤숭숭하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정치적 카드’로 여기는 분위기다. 국민당은 8일 관광업계와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로부터 합리적인 설명을 듣지 못하면, 총통 취임식이 예정된 5월 20일 거리로 나가 항의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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