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을 넘고, 난민 아이들은 웃는다[생사의 사이에서/박태성]|동아일보

[ad_1]

ⓒ박태성

레바논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들은 살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자국 내전을 피해 2000m 이상의 고산지대 사선을 넘어온 사람들이었다. 베카벨리 난민촌에서 본 난민촌의 실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현지 선교사님과 함께 방문한 텐트는 커다란 탁자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유치원이었다. 입구 옆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신발들과 수북이 쌓인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엮어 대충 만든 외부 화장실 옆으로 오수가 새어 나왔다. 아이들은 이런 환경이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게 뒹굴며 놀고 있었다.

박태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사진작가박태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사진작가

이어 한 가족이 살고 있는 텐트를 찾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라는 글씨가 적힌 천막 사이 어두운 골목을 지나자 텐트가 나타났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위 텐트는 방이라 말하기 궁색했다. 여름에는 얇은 매트리스를 깔고 지낼 수 있고 먹을 농작물도 있다지만, 온도가 영하로 곤두박질하는 겨울에는 담요를 다섯 번 겹쳐 깔아도 냉기를 견디기가 힘들다고 한다. 종종 어린아이들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데 환경이 그렇게 열악해도 난민촌에서 만난 아이들 표정은 밝고 순수했다. 옷도 비교적 깨끗하다.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남루한 옷, 비참한 모습의 난민 아이들과 사뭇 달랐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장난감을 주니 아이들 얼굴에 더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프로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마음을 다해 구도를 잡고 조명을 설치한 후 사진을 찍고 액자에 넣어 한 명 한 명에게 선물했다. 어쩌면 평생 처음인 본인 사진 액자를 받아 들고는 모두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그 환한 모습이 38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 수고로움을 잊게 했다.

몇 해 전 튀르키예 해변으로 밀려온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의 주검 사진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 그 사진은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고, 각종 구호 활동을 촉발시켰다.

사진작가로서 내가 찍은 한 장의 사진도 난민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다고 자부한다. 돈으로 가늠할 수 없는 가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난민촌의 실상을 보여주고 그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통계학자로서 내가 연구한 임상통계 연구 결과가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 통계학은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추려 가치를 찾는 학문이다. 사진은 예술이다. 그러나 사진작가가 본인이 의도한 정보를 이미지로 추려내 제공한다는 점에서 통계와 맞닿아 있다. 학문과 예술은 모두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본연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인류의 복지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자신의 사진을 보며 그렇게 기뻐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오래오래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하루속히 시리아 내전이 종식돼 고향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찍을 수 있길 고대하며, 나는 오늘도 통계학 연구에 전념하는 동시에 희망의 셔터를 누른다.

생사의 사이에서

‘거지 체험’, 참 따스했던 동전[생사의 사이에서/김선호]

박태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사진작가

[ad_2]

Leave a Reply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