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저출산 정책… 효과 따져 장기 대책 세워야[광화문에서/강경석]|동아일보


강경석 사회부 차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시 간부회의에서 “현금을 지급하고 출산율을 올리려는 시도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문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실·국장들에게 파격적인 출산 인센티브와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선제적 정책 과제 준비를 주문했다”며 “미리 내다보고, 먼저 준비하겠다”고 썼다. 최근 곳곳에서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저출산 정책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 시장이 제시한 방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17년 전인 17대 대선 당시만 해도 ‘신혼부부에게 1억 원 제공’을 내걸었던 허경영 후보의 공약은 현실화하기 어려운 황당한 내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젠 1억 원 안팎을 지원한다는 저출산 정책은 흔한 내용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을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 원을, 충북 영동군은 최대 1억24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민간 기업도 동참했다.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전남 해남군의 저출산 정책은 한때 ‘땅끝마을의 기적’으로 불렸을 만큼 모범 사례로 꼽혔다. 2000년 인구 10만 명이 무너지자 2012년부터 출산장려금 300만 원을 현금으로 줬다. 50만 원이었던 출산장려금을 6배나 늘려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지급했다. 불과 1년 만에 출생아가 300여 명 늘어난 810명을 기록하며 출산율 2.47명을 기록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후 해남군은 2018년까지 전국 기초지자체 출산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문제는 출산장려금을 받았던 4가구 중 1가구가 해남군을 떠났다는 것이다. 육아, 교육, 의료 등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고 느낀 부모들이 지원금만 받고 살기 좋은 지역을 찾아 나선 셈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진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의뢰로 지난해 작성한 ‘저출산 정책 평가 및 핵심 과제 선정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1∼40%에서만 출산지원금이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는 인구 10만 명 이상 100만 명 미만 도시에서 모두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인센티브가 아예 없는 것보다 ‘억 소리’ 나는 저출산 정책이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한 40대 맞벌이 직장인 엄마의 푸념은 새겨들을 만하다. “돈이 없어서 애를 못 낳는 게 아니잖아요. 언제 키우고 언제 학교 보내나요. 엄두가 안 나서 안 낳는 거죠.” 결국엔 맞벌이로 일하는 부모라도 마음 편하게 아이를 맡긴 뒤 일할 수 있고,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육아휴직 제도를 확산하고 직장 어린이집 등 육아 인프라와 교육 시설을 늘리는 노력도 상상력을 발휘해 ‘1억 원 현금 지급’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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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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