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유족 “거부권 남발 尹정부 묵과 못해” 도심 행진


연합뉴스
10·29 이태원참사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주말인 3일,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골자로 한 특별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과 당정을 비판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참사를 외면하고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 정부와 국민의힘을 묵과할 수 없다”며 “입법부인 국회의 권한을 제한하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고(故) 이주영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이태원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 9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이 운영위원장은 “어떻게 정부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민의를 대변한다는 자들이 ‘사람의 탈’을 쓰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나 믿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무책임한지,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고 방치하는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잘못된 정치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그대로 고스란히 돌려주고 제대로 된 심판을 받게 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한겨울에도 마지막까지 ‘오체투지’ 등으로 특별법 입법을 호소했던 유족들은 지난 1년여 간 현 정부가 “‘진상을 규명하겠다’, ‘재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앵무새처럼 외쳤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故신애진씨의 엄마인 김남희씨는 “특수본(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도, 국정조사에서도 그저 (정부는 참사를) 덮으려고만 했다. 그도 모자라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앞장서서 방해하더니, 이제 와서 뻔뻔하게도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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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의 공감 능력이 있다면 그럴 수는 없다”고 울먹였다.
 
당정이 대안으로 제시한 특별법안은 진상규명 대신 배·보상만으로 가득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씨는 “참사 초기부터 ‘자식을 팔아 돈을 벌려 한다’, ‘시체팔이를 한다’는 패륜적 댓글이 난무했다”며 “독이 되어, 칼날이 되어 저희들의 가슴을 난도질한 말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것은 다름 아닌 ‘부관참시(사후 큰 죄가 드러나면 시신을 극형에 처한 옛 형벌)’다. 정부는 유가족의 바람인 진상규명을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댓글 부대의 먹잇감으로 내던졌다”며 “패륜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것 또한 패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을 거부한다’, ‘민심 유린! 국회 부정! 윤석열 정권이 위헌이다’ 등의 구호가 적힌 159개의 현수막을 들고 분향소를 출발해 종로2가와 을지로2가 사거리를 거쳐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행진했다.
 
각 현수막에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9명을 기리는 상징적 의미로 ‘1’부터 ‘159’까지의 숫자가 새겨졌다. 참가자들은 행진이 끝난 뒤 이 현수막들을 정부청사와 광화문광장 일대에 있는 펜스에 묶었다.
 
당초 유족과 시민대책회의는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의 금지통고에 맞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전날 이를 받아들여 행진·집회를 조건부로 허가했다.
 
일부 참가자는 행진 도중 대열을 이탈해 경찰의 경고를 받았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연행된 사람은 없었다.
 
한편, 신자유연대 등 보수성향 단체는 같은 날 오후 용산구 삼각지역 부근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유가족 등은 이같은 사실도 고려해 행진 경로를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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