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물가에 굳게 닫힌 지갑’…설 앞둔 시장 상인들 깊은 한숨|동아일보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도 가격만 보고 돌아서요. 장사가 너무 안돼요.”

본격적인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이른 시간에도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상인들은 키높이까지 쌓인 과일박스들을 정리하며 손님맞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손수레를 끌며 과일 가격을 확인하곤 상인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시장을 메우며 활기가 도는 듯도 보였지만 상인과 시민들의 얼굴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 값 때문이다. 지난해 봄과 여름, 많은 비로 탄저병이 유행하고 가을철 이후에는 기온이 하락하면서 생산 물량이 급감했다.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김모(50대·여)씨는 “지난해보다 사과가 작은 것 같은데도 가격은 오른 것 같다”며 “차례상에 올릴 것만 구입하고 돌아가야겠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른 시민은 “뉴스를 통해 제수용품의 구입비가 상승했다는 소식은 들었다”면서도 “실제로 나와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높아 물가가 많이 뛴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시장이 북적이고는 있지만, 지갑은 도통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다. 또 상인들은 사람이 붐비며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어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일가게 상인 이(50대·여)모씨는 “거리에 사람이 예년보다 줄었다”면서 “명절특수란 말은 코로나19 이후 모두 옛말이 돼 버렸다”고 푸념을 했다. 다른 상인도 “사람들이 많아 보여도 구입량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지난해 농사 작황이 나빠 과일 값도 오른 상태”라고 거들었다.

같은 날 낮 찾은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통시장 시장 골목골목에는 검은색 봉투를 여러 개 들고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덩달아 제수용품을 조금이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의 손놀림도 점차 빨라졌다.

하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걱정도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상인들과 마찬가지였다. 가게 앞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지나가곤 하지만 좀처럼 발걸음을 멈춰 세울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채소가게 한 상인은 “사람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장사가 너무 안돼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수산물을 팔고 있는 상인도 “지난해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파동 등으로 인해 매출 자체가 줄어든 상태”라면서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어 장사하기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설 명절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1만원선으로 전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급등한 사과와 배를 제외하면 10대 성수품 가격은 작년보다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실시한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평균 30만9641원으로, 지난해 설 5일 전(30만7528만원)보다 0.7% 상승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전통시장은 28만3233원으로 지난해보다 2.9% 상승한 반면, 대형유통업체는 33만6048원으로 지난해보다 1.1% 하락했다.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15.7%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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