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부통령이 끝까지 ‘흑인 표심’에 매달린 까닭은?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첫 대선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곳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미 역사상 첫 유색인종·여성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찾은 곳은 전통 흑인대학(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이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명예학위를 받기도 했다.
 
HBCU는 인종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 제정 전에 흑인을 위해 세워진 고등교육기관을 뜻하는 말이다. 해리스 부통령도 워싱턴DC에 있는 HBCU인 하워드대 출신으로 아버지가 자메이카 출신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마지막 유세’를 이곳에서 한 이유는 과거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가장 심했던 곳 중의 하나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들에게 구애함으로써 미 전역의 흑인 표심을 반등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만큼 흑인들의 표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지지도는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는 사실상 흑인들의 ‘몰표’를 받았다.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흑인 유권자의 64%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그런데 집권 3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많이 변했다. 지난해 11월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 50%만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2021년 7월에 86%였던 것과 비교해 급격한 추락이었다.

최철 특파원최철 특파원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야외 공연장 연단에 오른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그는 자신의 권력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증오, 편견, 인종 차별, 혐오를 부추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를 향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한 발언과 ‘샬러츠빌 유혈사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에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샬러츠빌 사태는 트럼프 집권 초기인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있었던 유혈사태로, 당시 남부연합군의 상징인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집회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행사장에 모인 흑인 유권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살고 싶은 나라가 자유·법치의 국가인지, 아니면 잔혹·혼돈·분열의 국가인지 이제 답할 때가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여러분만을 의지하고 있다”고 말해 청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장에 참석한 데이비스(18·여)씨는 “바이든 행정부가 해리스를 백악관으로 데려갔고, 해리스는 흑인 미국 여성 지도자의 존경할만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몇년간 흑인들을 위해 해온 일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임기 초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대사 등 흑인을 요직에 기용했다.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도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했다.
 
퇴역 군인인 찰스 시퍼(79·남) 씨는 “나는 흑인으로서 한평생을 열등한 미국인으로 지내왔다”며 “이번 대선은 내 아이들과 손자들에 대한 문제이고, 내 자손들이 탐욕스런 세상에 살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 표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이고, 나는 그런 얘기를 피부로 느낀 적이 없다”며 “잘못된 정보는 사실보다 더 인기 있고 더 빨리 퍼져가는 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콘스탄스 맥로이드(65·여)씨는 “젊었든지, 늙었든지 간에 누구든 뽑히고 나서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나이가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가 그를 뽑으려는 이유는 바이든이라는 사람이 정직하고, 지금 미국을 이끌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는 그는 “정치인들은 흑인들이 단일화된 집단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한다”며 “단지 유색인종이란 이유로 특정 후보에게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중심으로 뭉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020년 대선 경선 때 민주당 바이든 후보는 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 고전했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승리하면서 불리했던 초기 판세를 뒤집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올해 민주당 대선 첫 경선을 이곳에서 열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곳을 미리 방문해서는 “여러분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패배자로 만들었다”며 “이제 여러분이 다시 트럼프를 물리치고 우리를 승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지자들을 추켜세웠다.

이매뉴엘 교회. 최철 특파원이매뉴엘 교회. 최철 특파원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8일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 위치한 이매뉴엘 교회를 찾기도 했다.
 
이매뉴얼 교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흑인 교회 중 하나로 1816년 백인교회 입장이 거부된 흑인들에 의해 설립됐다. 1822년에는 교회 건물이 불타고 1963년에는 새롭게 지은 건물이 폭파되는 등 백인 우월주의 폭력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2015년에는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가 이곳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교회안에 있던 9명이 사망했다. 당시 추모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해 즉석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러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고, 부통령이었던 바이든도 자리를 함께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는 쉽게 이기겠지만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지난 1976년 이래 본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곳에서 승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이곳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가 전 미국에 흩어져 있는 ‘흑인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자못 크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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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엄수된 미군 장병 유해 송환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요르단 북동부에 위치한 ‘타워22’ 미군기지가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드론 공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의 부상을 입었다. 
 
이날 유해 송환식 직후 미국 행정부는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 있는 무장단체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오늘 오후 나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RGC와 연계된 민병대가 미군 공격에 사용한 시설의 표적물을 공격했다”며 “우리의 대응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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