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무산되자…하림 주가 ‘급락’·팬오션 ‘급등’


하림지주 익산 본사 신사옥. 연합뉴스
HMM(옛 현대상선) 매각 본(本)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된 여파로 7일 인수 측이었던 하림 주가가 급락했다. 다만 인수 주체였던 해상운송사 팬오션(하림그룹 계열사)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하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6.18%(605원) 급락한 3135원에 거래를 마쳤다. HMM 인수를 통해 재계 13위로 도약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반면 하림그룹 계열사이자 HMM 인수 주체로 나섰던 팬오션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1.09%(755원) 치솟은 4335원에 마감했다. 당초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이 팬오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 희석 우려에 해당 종목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어왔지만, 인수 무산으로 이 같은 우려가 해소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모양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기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증자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판단된다”며 “인수 협상 결렬에 따라 팬오션 주가는 HMM 인수 참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같은 날 HMM 주가는 0.42%(80원) 내린 1만9080원에 마감했다.
 
앞서 HMM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산은)·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인수 측인 팬오션(하림)·JKL컨소시엄은 협상 시한인 전날까지 줄다리기를 이어온 결과 접점 마련에 최종 실패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 산은 29.2%·해진공 28.7%)를 공동 매각하기로 하고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과 협상을 이어왔다. 하림그룹은 8조 원 가량의 인수 자금 조달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
 
그러나 주주 간 계약 내용을 놓고 진통을 거듭하다가 결국 출구를 찾지 못했다. 주주 간 계약은 강석훈 산은 회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13조~14조 원 규모의 HMM 보유 현금을 인수자가 사적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막기 위한 보완 장치 격으로 직접 언급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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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매각 측은 HMM 보유 현금이 해운업 외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감시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계약에 포함 시키길 원했지만, 하림은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그린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하림은 매각 측에 1조6800억 원 어치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 유예해줄 것도 요구했다가 철회했다. 주식 전환이 2025년까지 전량 이뤄지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이 32.8%로 불어나고 하림 측 지분은 57.9%에서 38.9%로 쪼그라들어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요구였던 것으로 풀이되는데,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림그룹이 협상 최종 결렬 후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금이 장기간 묶이면 곤란한 재무적 투자자의 특성을 고려해 JKL파트너스에 대해선 ‘5년 간 지분 매각 금지 조항’ 적용을 예외로 해 달라는 하림의 요구 사항도 핵심 쟁점이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 과정에선 해진공 측의 입장이 특히 강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작년 7월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개시했으며, 그해 12월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여태까지 본계약 협상 절차를 밟아왔다. 이 과정에서 하림이 자산 규모 측면에서 보다 덩치가 큰 HMM을 삼킬 경우 인수·피인수사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HMM 내부에선 협상 결렬을 두고 “근본적으로 불안한 구조의 딜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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